<불평등에 관하여 10-3: 한국의 자본-노동 소득분배 > 불평등

지난 글에서는 전세계적인 노동의 몫 감소현상과 그 원인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오늘은 한국에 대해서 살펴보자.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도 감소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중 세계적 요인과 부합하는 부분과 한국 특유적인 부분은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 

그 전에 최근 국내에서 관심을 받아 온 두 가지 이슈를 먼저 살펴보자. 첫 번째는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성장의 불균형'이라는 관점이고, 두 번째는 '임금상승 없는 성장'이라는 관점이다. 조금씩 다른 얘기 같지만 실은 노동소득분배율의 변화추세와 깊은 관련이 있다. 

Issue 1: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성장의 불균형"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가계-기업 간 소득성장 불균형 문제는 몇 년 전부터 특히 주목을 받았다. 산업연구원과 한국은행 등에서 이슈를 먼저 제기했다(2012년 산업연구원 보고서(링크) 와 최근의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의 리포트(링크) 참조). 언론이나 대중서 같은 데서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최경환 부총리의 '기업소득환류세제'의 도입배경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그림 1-1>은 국민소득이 어떻게 배분되고 있는 지를 정부, 기업, 가계로 나눈 그림이다. 지난 20여년 간의 변화를 보면 정부소득의 비중은 약간 늘고, 기업소득의 비중은 꽤 늘었다. 대신에 가계의 비중은 1990년에 약 72%이던 것이 2012년에는 62.3%까지 줄었다. 기업소득의 크기를 가계소득과 비교하면 20% 정도 수준이던 것이 2000년대 이후에는 30% 정도까지 높아졌다 (<그림 1-2>). 아직은 더 두고 봐야겠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그림을 보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 이런 식의 반응이 종종 따라온다: "기업곳간에 돈 쌓을 때 가계는 주름살 쌓였다 (기사 링크)"  기업과 가계가 마치 놀부와 흥부라도 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보는 게 맞을까?  기업은 경제주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에 불과하다. 기업이 돈을 벌면 그 돈은 언젠가는 기업을 구성하는 사람들, 즉 가계의 소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구체적으로 어느 대목에서 걱정을 해야 맞는 걸까?  

뻔해서 쓸데 없긴 하지만 비유를 해보자. 최근 서울시에 돌아 다녔던 타요버스가 신호를 위반해서 사람을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났다. 이 교통사고는 타요가 잘못한 건가? 애기들이 아닌 이상 그런 대답은 하지 않을 것이다. 버스라는 기계장치는 단지 도구일 뿐이다. 기업이 생산활동의 도구일 뿐인 것과 마찬가지다. 버스와 관련된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사의 책임인지, 기계장치의 결함인지, 뭔가 다른 원인이 있는 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냥 뭉뚱그려서 '버스의 책임이다' 라고 말하는 건 유용하지 않다 .버스에는 승객(근로자, 이해관계자)들도 타고 있다. 원인규명을 명확히 않고 대충 운행정지라도 내린다면 애꿎은 승객들까지 피해를 본다. 

어린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냥 기계 덩어리일 뿐이다 (동심파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아래 그림은 적당한 걸 못 찾아서 그냥 내가 그렸다. 세세한 부분들은 빼고 중요한 것만 그린 그림이니까 좀 부정확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한국은행이 부문별 소득비율 계산에 사용한 GNI는 한 해 동안 우리국민이 생산하는 부가가치의 총합이다 (과거 GNP와 유사한 개념이다). 부가가치는 기업활동을 하든지 자영업을 하든지 해야 창출 가능하다.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일단 순생산세와 수입세를 낸다 (부가가치세, 관세, 거래세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나서 임금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영업이익이 된다. 자영업자라면 자기한테 임금을 줄 필요가 없으니 전체가 영업이익이 된다. 기업의 영업이익 중에서 각종 순비용과 법인세를 제하면 당기순이익이 남는다. 여기서 배당을 주고 남는 부분은 사내유보로 적립된다. 사내유보는 현금으로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기계나 건물, 땅 같은 걸 사 놓을 수도 있다. 

여기서 기업활동을 통해 정부로 빠지는 부분(순생산세 및 수입세, 법인세 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가계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임금과 자영업자의 영업이익, 배당은 말할 것도 없다. 사내유보는 당장은 흘러가지 않지만 허투루게 없애 버리지만 않는다면 기업가치(주가)를 상승시킨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가계의 이익이 된다.   

앞의 한국은행 그림에서 가계, 기업, 정부의 몫으로 분류되었던 것들은 이 그림에서는 어떤 부분들에 해당할까? 녹색으로 표시된 부분(임금, 자영업자 영업이익, 배당)은 가계소득이다. 붉은색 부분 (기업 영업이익 - 배당)은 기업소득이다. 보라색 부분(순생산세 및 수입세)은 정부소득이다. 그림이 복잡해서 뺀 부분도 있긴 하다. 임대료/임차료와 이자 등 재산소득이다. 기업 쪽에서는 일부는 비용에 잡히고 일부는 영업외 수익에 잡힌다. 가계부채가 심각하긴 해도 국가 전체로 합산해 보면 땅이든 돈이든 여전히 기업은 빌리는 쪽이고, 가계는 빌려주는 쪽이다. 아무튼 재산소득까지 합치면 가계와 기업소득이 정해진다. 

요약하면 '가계소득 =  피용자보수(임금 및 기업이 부담하는 연기금 등 사회부담금) + 자영업 영업이익(가계영업잉여) + 순재산소득'이고, '기업소득 = 기업영업잉여 + 순재산소득'이다. 

그렇다면 기업소득/가계소득의 비율은 왜 높아졌을까? 정부소득의 비중에는 변화가 별로 없다고 보면 크게 네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1) 기업이 임금에 비해 영업이익을 더 많이 가져갔다.
     (2) 기업이 사내유보를 많이 하고 배당을 적게 했다. 
     (3) 자영업이 몰락해서 가계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4) 가계부채가 늘어서 가계의 재산소득이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네 가지가 모두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4)는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기업활동과는 간접적으로만 연관된다. (3)은 자영업의 수익성 문제이므로 역시 기업활동과는 좀 다른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결국 기업활동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1)과 (2)인데, 이중 (1)은 우리가 이미 논하고 있는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같은 얘기다. 

그러니까 가계 vs. 기업소득이라는 관점을 통해서 새롭게 추가되는 내용은 (2) 정도다. 기업이 왜 배당을  적게 하고 사내유보는 많이 하는 지다. 사내유보를 많이 하면 나쁜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배당을 적게하고 투자를 많이 하면 사내유보율은 올라간다. 하지만, 언급한 것처럼 꼭 배당을 주지 않아도 사내유보가 많아지면 이론적으로는 기업가치가 올라가서 주주들에게도 이득이 된다. 유명한 고전이론인 M&M (Modigliani & Miller) dividend irrelevance theory에 의하면 사내유보를 하든 배당을 하든 주주 입장에서는 똑같다. 어차피 주식가격은 얼마나 주주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지(수익을 많이 내서 배당을 줄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니 지금 배당을 안 주면 나중에 배당을 더 줄 수 있다는 소리니까 딱 그 만큼을 반영해서 주가도 올라갈 것이다. 주주는 오른 만큼 주식을 쪼개서 팔아서 그걸 배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현실은 꼭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사내유보율 여부가 과다한 지에 대한 논쟁은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기업 vs. 가계소득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주 생산적이거나 유용한 논의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사족이지만 외국에서도 이런 접근은 잘 보기 어렵다). 

그래도 좀 미련이 남는다. (2)의 사내유보 문제와 (3)의 자영업 문제에 대해서는 오늘의 글 끝부분에 별도로 더 다룰 것이다. 


Issue2: "임금상승 없는 성장"이라는 화두는 어떤가?

2014년에 나는 한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상당히 인상깊은 발표를 들었다. 연사는 금융연구원의 박종규 박사님이었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큰 그림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카리스마 있게 발표도 잘 하시는 분이다. 2013년 말의 이 보고서가 관련 내용이다 (링크). 물론 이 분이 내린 진단과 처방을 내가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고 의견이 다른 부분도 많다. 그렇더라도 새겨서 읽어 볼 만하다). 

이 분이 제시한 내용 중 특히 내 주목을 끌었던 것이 아래 그림이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평균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의 추이를 대비한 것이다. 대략 2007년까지는 실질임금과 노동생산성이 비슷하게 올라갔다. 그런데, 2008년 이후에는 노동생산성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실질임금은 제자리 수준을 맴돌고 있다.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는 좀 충격이었다. 2008년 이후에 우리 경제가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전환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확 들었다. 성장은 하는데 과실을 더 이상 노동자와 나누지 않고 있다는 말 아닌가? 금융위기 이후라고는 하지만 그것 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도 들었다. 2008년 이후 우리 경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봐도 시니컬한 경제학자를 만족시킬 만한 요인은 딱 떠오르는 게 없었다.  

생각해 보다가 한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먼저 실질임금과 노동생산성의 추이를 비교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것이다. 노동생산성은 GDP를 취업자수로 나눈 것이다. GDP에는 정부가 생산과정에서 떼가는 세금(순생산세 및 수입세)과 고정자본소모 충당분(감가상각)도 들어간다. 이들의 크기가 커지면 노동생산성은 높아지더라도 임금으로 줄 수 있는 부분은 그만큼 늘지 않는다. 특히 고정자본소모는 자본축적이 빠른 우리나라에서 장기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고정자본소모가 2008년 이후에 갑자기 늘어나지는 않았으므로 이걸로 다 설명되지는 않는다.   

둘째, 2008년 이후의 변화가 너무 단기적이고 갑작스러워 보이는 문제다. GDP에서 생산세와 고정자본소모를 제외하고 위의 그림을 다시 그린다면 (그런 개념으로 '국민소득(NI)'이 있다) 좀 더 정확한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그리면 노동소득분배율의 변화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뒤에서 보겠지만 노동소득분배율의 변화는 장기적 추세로 보아야 한다. 위의 그림은 2007년을 기준점(100)으로 해서 그 전과 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뀐 1997년 외환위기 이전의 기간은 너무 짧게 들어가 있다. 

그래서 좀 더 장기추세를 비교해 보기로 했다. 아래 그림은 1975년을 기준점(100)으로 다시 설정해서 한국은행 국민계정 자료를 이용하여 직접 그려 본 것이다 (박종규 박사님이 사용한 자료와 똑같지는 않지만 대체로는 비슷하다). 파란 선은 1인당 실질 GDP를 나타낸다. 붉은 선은 국민계정상에서 측정된 1인당 실질임금(피용자보수/임금근로자 수)다. 초록색 선은 기업이 노동과 자본의 몫으로 나누는 전체, 즉 실질 '영업이익 + 피용자보수'을 1인당으로 나눈 추세다 (실질화는 GDP 디플레이터를 사용했다). 
보다시피 1인당 GDP와 실질임금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성장추세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간격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물론 이유는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생산세+고정자본소모'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2007년을 기준점으로 그 전 10여년 만 보면 마치 두 지표가 대략 같이 움직이는 것처럼도 보일 수도 있지만 장기추세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이 둘을 비교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 

한편, 좀 더 적절한 비교대상인 1인당 '영업이익+임금'과 '임금'의 추세를 보자. 1997년까지는 거의 붙어서 오다가 1998년 이후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물론 2010년부터 사이가 더 벌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추세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위기 직후의 너무 짧은 기간이라 아직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혹시 다른 데이터를 썼기 때문에 달리 보이는 게 아닌가 하는 분들을 위해 2007년을 기준으로 겹쳐본 그림은 다음과 같다.
결론적으로 2008년 이후 뭔가가 크게 바뀌었다기보다는 그 전부터 이어져 온 현상이 심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2008년 이후 평균실질임금이 거의 정체상태인 것은 늘 올라가는 게 익숙했던 우리들에게는 충격이다. 하지만, 그 전조는 이미 오래 전에 나타나 있었다. 

본론: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 변화추이

드디어 본론이다 (오래 걸렸다 ㅠ). 한국의 상황을 파악하려면 노동소득분배율의 장기추세,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를 주목해서 봐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두고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 공식통계는 한국은행이 제공한다. 그런데, 이 통계는 상황을 파악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점도 있다. 바로 자영업의 처리방식 때문이다. 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자영업자는 스스로 자본가인 동시에 노동자다. 이들이 버는 돈은 통계상으로는 모두 '영업이익'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당연히 노동의 댓가가 포함되어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을 계산할 때 이를 어떻게 적절히 나누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아직 국가별로 공통된 기준은 없다. 

한국은행에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을 "피용자보수/(피용자보수 + 영업잉여)"로 정의한다. 문제는 분모의 영업잉여에는 자영업이 번 것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자영업의 노동의 몫이 분모에는 들어가고 분자에는 빠지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1) 노동의 몫이 과소평가되고 (2) 자영업이 축소됨에 따라  분모가 줄어드는데, 마치 노동의 몫이 커지는 것같은 착시효과가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대안은 자영업을 아예 빼고 기업에 대해서만 노동소득분배율만 계산하거나, 자영업도 기업과 똑같은 비율로 분배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기도 하고, 우리 글의 목적에도 부합한다 (관련된 논의는 이병희(2014,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아래 그림은 1975년 이래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이다. 푸른색은 한국은행 방식으로 계산한 것이고, 붉은색은 법인(기업)에 대해서만 따로 계산한 것이다.  
보다시피 한국은행 방식은 노동소득분배율의 수준이 크게 낮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그 이후 60% 수준에서 거의 정체 상태다. 반면, 법인만의 노동소득분배율은 75%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1998년 이후로 감소추세가 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70%가 조금 못 미치는 수준까지 내려갔다. 말한대로 한국은행 방식은 노동소득분배율을 과소평가한다. 시간이 가면서 높아져 온 이유도 자영업의 비율이 축소되어 왔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체상태인 것처럼 보이는 것 역시 자영업으로 인한 착시효과다. 

지난 글에서 전 세계적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추세라는 얘기를 했었다. 우리나라의 법인노동소득분배율 하락추세는 이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 수준일까? 지난 글에서 소개한 Karabarbounis and Neiman (2014)의 추정치와 비교해 보자. 이들에 의하면 전 세계의 법인노동소득분배율은 1970년대 말 64~5% 정도이던 것이 지금은 58~60% 정도로 떨어졌다 (한국보다 비율이 상당히 낮은 것은 감가상각(고정자본소모)을 분모에서 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70년대 말에 비해서는 대충 6~7%p 정도, 2000년의 고점에 비해서는 4~5%p 정도 낮아졌다. 

한편, 아래 그림은 미국과 우리를 비교한 것이다 (Karabarbounis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사용했다). 파란색이 한국, 붉은 색이 미국이다. 보다시피 급격한 하락추세가 나타난 것은 양국 모두 2000년대 부터다. 우리의 경우에는 1990년대 말에 역대 최고점으로 올라갔다가 떨어진 거라 더 하락폭이 컸다. 만약 75% 정도가 정상치라고 본다면 1998년 이후 7%p 정도 낮아진 셈이다. 흥미로운 건 미국도 64%정도를 정상치로 보면 2000년 이후 7%p 정도 낮아졌다(57%).  
(참고) 미국의 비중이 우리보다 전반적으로 낮은 것은 말한 대로 감가상각 때문이다. 감가상각을 제외한 원자료는 구할 수 없었다. 단, Bridgman(링크)에는 선진 6개국에서 감가상각과 생산세를 제외한 노동소득분배율의 장기추이를 나타낸 아래 그림이 있다. 복잡해서 알아보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65%~75% 정도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어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 스웨덴을 제외하면 70년대 말까지는 상승추세, 80년대부터는 하락추세도 보인다. 단, 유럽국가들은 90년대 이전에 하락 속도가 좀 더 빨랐다 (그 당시엔 미국은 괜찮은데 유럽은 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는 지를 분석하는 논문도 나왔다 (Blanchard, 1997 (링크)).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 양국에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 것은 우연에 가깝다. 산업구성과 고도화의 수준, 변화양상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가지 공통점은 1990년대 말 이후 제조업 내의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제조업이 가장 세계화가 진전된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원인 역시 양국에 동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반면, 미국은 제조업의 비중 축소도 영향을 미쳤지만, 우리는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은 농림어업과 건설업의 비중축소가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교육, 보건, 전문서비스 등 서비스 산업의 확대 및 고도화가 노동소득분배율 추가하락을 막는 지지대 역할을 했다. 반면, 우리는 이런 산업들의 발전단계가 낙후되어 시간이 가면서 노동소득분배율을 오히려 낮추고 있다 (미국의 산업별 변화 양상은 Elsby, Hobijn and Sahin (2013, 링크)을,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병희(2014,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사실 우리나라는 자영업을 분리해서 살펴봐야 좀 더 정확한 그림을 얻을 것 같은데, 그런 연구는 찾지 못했다). 세계화가 노동소득분배율을 악화시켰다면 이의 영향이 비교적 적은 비교역재, 즉 서비스업이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결론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낮아졌다. 그리고, 그 추세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인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추세와 궤를 같이하는 면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는 1980년대 이후 하락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서 속도가 좀 더 빨라졌다. 반면, 우리의 경우 1990년대 말까지는 이러한 추세가 드러나지 않다가 2000년대 이후에는 더 가속하여 추세를 따라 잡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면도 있다. 지난 번에 지적했듯이 전세계적인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의 주 원인은 세계화와 IT기술의 발전이다. 이런 쪽에서 우리나라 만큼 앞서가는 나라도 별로 없다. 1990년대 하반기의 호황시기에 활발한 노조활동과 더불어 노동소득분배율이 잠시 높아졌지만, 1997년 외환위기와 더불어 그런 효과는 빠르게 사라졌다. 

다음 글에서는 지금까지의 논의와 관련이 되면서 아직 다루지 않은 부분들을 좀 더 살펴보겠다. 바로 숙련편향적 기술진보(Skill Based Technological Change: SBTC)와 '로봇'으로 상징되는 미래 기술진보의 영향에 대한 것이다. 이번엔 자세히 다루기보다는 (힘들어서 안 되겠다) 내 개인생각 위주로 간단히 풀어나가 보려고 한다. 

< 오늘의 요약 >

(1)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 추이는 최근 화두가 된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불균형"과도 상당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을 비교하는 것은 비교대상으로서 유용하거나 적절하지 않다. 기업과 가계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닐 뿐 아니라 가계소득의 축소는 노동소득분배율 악화, 배당성향의 축소, 자영업의 몰락, 가계부채의 확대 등이 복합되어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뭉뚱그려 보기보다는 하나씩 접근하는 것이 유용하다. 

(2) 최근의 화두 중에는 2008년 이후 나타나고 있는 "임금상승 없는 성장" 문제도 있다. 이는 중요한 이슈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추세를 단기적인 현상으로 해석하게 할 우려가 있다. 임금의 상승추세가 GDP성장속도보다 늦는 것이 그 자체로 문제상황인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장기적 노동소득분배율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더 유용하다.   

(3)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공식통계로는 정체상태이지만 실제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인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추세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나타난 선진국의 하락추세를 2000년대 들어서 빠르게 따라잡았다. 결국, 전 세계적인 추세요인이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또는 더 심화되어 나타난 셈인데, 서비스업의 낙후 등으로 인해 충격흡수 능력이 부족했던 것도 원인이다.   


<보너스 추가내용>

핵심주제로부터 너무 벗어나고 싶지 않아서 본 글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유난히 낮은 배당성향과 자영업의 몰락에 관한 내용을 일부 추가로 소개한다.   

1. 한국기업의 낮은 배당성향 (배당금/당기순이익 비율)

아래 그림은 한국 기업들의 2013년 결산실적 대비 배당성향을 외국과 비교한 것이다. 아르헨티나를 제외하면 이상치에 가까울 정도로 바닥수준이다. 
이의 주 원인은 상위 10대 대기업집단의 배당성향이 워낙 낮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은 그렇게까지 배당성향이 낮지는 않다. 
M&M 이론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배당대신 사내유보를 늘린다고 해서 주가가 그만큼 올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배당성향이 낮기 때문에 한국기업이 저평가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M&M 이론이 적용되려면 지금 배당을 줄이고 이걸 투자해서 미래의 더 많은 배당으로 이어져야 한다. 도통 그런 기대가 없고, 배당에도 인색하다면 투자자에게 오히려 나쁜 신호가 된다. 

10대 그룹이 왜 배당을 안 하느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 개선압력에 대응하면서(차입을 줄이면서) 불확실한 투자환경에는 대비해야 하는(필요할 때 큰 돈을 써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경제 불확실성의 증대로 전 세계 기업들이 현금보유율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걸 억지로 팔을 비틀어서(비투자목적의 사내유보에 과세를 해서) 배당을 더 시키든지 차라리 임금을 올리도록 하겠다는 것이 기업소득환류세제다. 근본적 처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자영업의 몰락

선진국에는 자영업 비율이 높지 않다. 대부분의 자영업은 법인 사업체보다는 영세하고 경쟁력도 낮을 수밖에 없다.산업화가 진전되면 자영업 비율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도 지속적으로 하락추세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도 갈길이 멀다. 한국의 산업발전 속도에 비하면 많이 뒤처진 면도 있는데, 아무래도 서비스업 낙후와 관련이 깊다. 실제로 한국의 자영업자는 주로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운수업, 개인서비스업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선진국에 가보면 이런 업종들에 큰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출처: 산업연구원(링크)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추가적 변수가 발생했다. 다 알다시피 경제위기 이후 직장을 떠난 이들이 다른 대안이 없어 자영업을 택하는 사례가 늘었다. 어떤 전공과 직업을 택해도 결국은 치킨집 사장으로 마무리된다는 이른바 '닭튀김 수렴공식'이 자조적 농담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뭔가 책선전 같기도 하지만 치킨집은 망할 수밖에 없음을 자세히 보여주는 훌륭한 프리젠테이션이다 (링크)


자영업자의 총 숫자는 여전히 줄고 있지만 이는 못 버티고 퇴출하는 숫자도 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아래 그림은 국민계정에서 임금근로자 1인당 피용자보수와 비임금종사자 (자영업자 + 무급종사자)의 1인당 실질 가계영업잉여의 추이를 계산해 본 것이다(2010년 기준). 정확하지는 않아도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가 처한 현실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1975년에도 1인당 실질임금이 1인당 가계영업잉여보다 높았다. 하지만, 그 차이는 20%도 되지 않았다. 지금은 거의 두 배 정도로 차이가 난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1인당 실질 가계영업잉여는 더 이상 증가하지 못하고 정체상태다. 직장에서 떨려난 후의 대안이 이렇게 나빠지니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정규직에 비해 협상력이 적은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의 대우가 나빠진 것도 대안부재와 맞물려 있다. 

자영업의 몰락은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이면서 불평등 확산의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긴 하지만 자영업의 축소는 산업발전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문제는 중장년 층이 직장을 나와서 다른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자영업을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이런 건 자영업을 보호해서는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다. 미국이 오랜 기간 제조업 공동화를 겪으면서도 그럭저럭 버텨온 것이 서비스업의 고도화 덕분이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것도 요즘은 약발이 떨어지고 있기는 하다지만 우린 그런 약을 써 보지도 못하고 있다. 

덧글

  • 하타 2015/04/27 02:49 # 삭제 답글

    또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애독자입니다.
  • 갭필러 2015/04/30 16:29 #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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