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평등에 관하여 11-1: 숙련편향적 기술진보 > 불평등

"세계 어느나라든 고교졸업정도가 알맞은 직업인 스튜어디스까지, 우리나라선 여학사가 아니면 엄두도 못낼 형편이고 대졸의 순경, 면서기, 운전사도 흔하게 돼버린 우리사회의 실정이다. 이것은 분명히 교육의 낭비라 해서 잘못은 아닐 줄 안다. 국민학교만 졸업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자질과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대성의 길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겠고, 또 각 직능별로 중학, 고교졸업생을 대량으로 받아들여 직업훈련을 철저히 시켜 그들의 동년배가 대학을 나올 무렵인 4년후에는 거의 대우가 같고 출세의 길도 트이게 될때 비로소 이 모순이 해소될 것 같다." (1974년 12월 23일, 경향신문 칼럼, 링크)

"나는 영훈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 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 대를 갈 거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여덟 살의 꿈, 부산 부산초 1년 박채연, 2013)

출처: 링크

우리 사회는 유독 학력에 대한 집착이 높다. 그리고 그에 대한 자성과 비판의 소리도 높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러한 한국의 교육열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같은 이는 틈만 나면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하고 본 받아야 할 모델로 언급한다. 왜 그들은 우리가 질려하는 교육열을 배우려는 걸까? 

지난 글에서는 불평등 확대의 주 원인으로서 노동의 몫 감소현상과 원인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관련된 이슈로서 기술 변화가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학력과 숙련도에 대한 수요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기술발전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노동자가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하여 일자리가 줄어든다. 둘째, 새로운 기술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일자리는 늘어나고, 필요가 없어지거나 맞지 않는 일자리는 줄어든다. 셋째,  생산력 증대로 인한 풍요로움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늘어난다.  

이 세가지 변화는 산업혁명 이래 늘 우리와 함께 해 왔다 모두 소득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는 요인이기도 하다. 첫째와 셋째 요인의 영향은 서로 반대방향이다. 첫째 요인만 있다면 실업은 늘고 노동의 몫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래 많은 이들이 걱정해 왔음에도 이는 적어도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않았다. 셋째 요인이 노동력 수요를 지탱해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글에서 보았듯이 최근 노동의 몫 감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역사적으로 볼 때 정도가 크지 않으며 장기적 현상으로 굳어졌다고, 기술발전이 원인이라고도 단정 짓기 어렵다).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앞으로는 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살펴 볼 것이다. 

한편, 오늘의 주제인 둘째 요인은 노동자와 노동자들 간의 임금 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 이른바  '숙련편향적 기술진보(Skill Biased Technological Change)' 또는 줄여서 SBTC라고 부르는 현상은 경제학에서 지난 20여년 간 매우 활발히 연구되어 온 주제다. 피케티 이전까지는 불평등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되어 왔고, 최상위 1%를 제외한 나머지 99%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SBTC와 미국의 학력별 임금격차 

SBTC의 내용은 단순하다. 지난 수십 년 간 기술의 발전은 고숙련(skilled) 노동자에 대한 수요를 높이고 저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낮추었다. 하지만 고숙련 노동자의 공급은 이를 따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고숙련자에 대한 임금 프리미엄을 높였다는 것이다.  SBTC에 대해서는 이미 수 백 편의 논문과 책이 나와 있다 (가장 유명하게는 Goldin and Katz의 저서인 "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2008)"가 있다 (국내 번역본은 없는 듯하다. 책소개 링크)). 여기서 그 내용을 모두 정리하는 것은 무리다. 미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간단하게만 정리, 비교해 보기로 하자.  

아래 그림은 Acemoglu and Autor (2010, 링크)에서 따온 것이다. 미국에서 대졸자와 고졸자 간 임금격차는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Autor (2014, 링크)에 따르면 2012년 실질가치로 환산할 때 대졸남성과 고졸남성 간의 연봉격차는 1979년 $17,411에서 2012년에는 $34,969로 거의 두 배가 되었다. 미국의 2012년 중위소득자의 임금은 $27,519, 평균임금은 $42,491이었다 (링크). 학력으로 인한 임금격차가 얼마나 큰지 감이 오지 않는가? Goldin and Katz는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가 미국에서의 임금격차의 2/3를 설명한다고 추정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그림에서 보듯 1970년부터 10년 정도 기간에는 오히려 학력간 임금격차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당시에 Freeman(1976) 같은 이는 과잉 대학교육을 우려하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불과 몇 년 후부터 30년이 넘는 대졸자 부족현상이 시작될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시대 분위기를 잘못 읽으면 30년간 망신살이 뻗친다. 

SBTC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학력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공급이 적절히 확대되었다면 고학력자에 대한 프리미엄이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교육을 받으려면 오랜 시간과 돈이 소요되고, 그 외에도 여러 장벽이 있다 (수학능력이라는 아주 작은(?) 장벽도 포함된다). 그렇더라도 수급문제가 수십년 동안 계속되었다는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놀랍게도 그렇다는 것이 SBTC를 연구해 온 경제학자들의 설명이다. 아래 그림은 Acemoglu and Autor (2012, 링크)에서 얻은 것이다. 고졸자 대비 대졸자의 상대적 임금변화(파란색)는 상대적 공급변화(붉은색)와 정확히 반대되는 패턴을 나타낸다 Goldin and Katz가 지적한 대로 '기술(수요)과 교육(공급)의 경주' 결과 임금의 격차를 불러왔음을 보여준다. 


유독 1970년대에는 왜 공급이 기술진보에 따른 수요증대를 앞지를 정도로 빠르게 증가했을까?  Card and Lemieux (2001, 링크)에 따르면 베트남 전쟁에 징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었던 것이 큰 이유였다.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증가와 그에 따른 대학 설립의 증가도 역할을 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의 종전과 더불어 대학진학 열기는 크게 식었고, 반대로 공급부족으로 이어졌다. 

[잠시 딴 얘기] 이 얘기를 보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교수 사회에서는 77~86학번의 비율이 특히 높다. 나는 그 바로 뒤인데  학회든 어디든 나가보면 선배들은 구름같이 많은데 후배는 매우 적다 (4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지금까지도 젊은피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은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 한시적으로 운영되었던 석사장교 제도(참조: 링크)의 영향이 컸음을 무시할 수 없다. 단 6개월의 훈련으로 병역을 마치게 해준 이 제도의 도입배경은 대통령의 자제들의 편한 군대생활을 위해서였다는 것이 정설에 가깝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학계를 두텁게 한 셈이다. 

한편, 다음 그림은 학력별, 성별로 더 자세히 나누어 본 미국의 실질임금 추이다 Autor (2014, 링크)의 그림이다. 여성의 경우(그림 B)에는 80년이후 학력별 격차가 고르게 퍼져서 확대되었다. 반면,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의 경우 (그림 A) 대학원졸 이상의 임금은 빠르게 상승한 반면, 대졸자는 비교적 완만한 상승세만을 나타냈다. 반면, 전문대 및 고졸자 이하의 실질임금은 정체 또는 하락했다. 결국 학력별 임금격차의 상당부분은 대학원졸 이상의 고학력 임금의 상승과 전문대졸 이하의 실질임금 하락이 큰 역할을 한 셈이다. 

한국의 학력별 임금격차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에서는 SBTC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 편인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국내에서의 학력별 임금격차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최강식, 조윤애(2013, 링크)에서 얻은 것이다. 

한국에서의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격차는 1987년 정도부터 약 10년간 급격히 낮아졌고, 이후에도 크게 다시 높아지지는 않았다 (반면, 박철성(2012, 링크)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임금격차가 다소 상승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로그 단위로 되어 있어서 느낌이 잘 안 오는데 1987년의 0.8은 대졸자의 평균임금이 고졸자의 2.22배 정도 된다는 뜻이다. 반면, 0.4는 약 1.5배, 0.3은 약 1.35배 정도를 의미한다. 미국에서 격차가 역사적으로 가장 낮았던 1970년대 말에도 0.4 정도의 수준이었으니까, 우리나라의 학력별 임금격차는 일단은 꽤 양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학력별 임금수준 격차 역시 마찬가지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남성과 여성 모두 미국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임금격차의 확산은 나타나지 않으며, 오히려 격차가 줄어들었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했는데, 학력이 낮을수록 더 두드러졌다. 따라서 앞의 그림에서 대졸과 고졸 간 임금격차가 2008년 이후 다시 벌어진 것은 저학력층의 임금이 더 크게 하락한 때문임도 알 수 있다. 

왜 양국 간에 이런 차이가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한국은 기술과의 경주에서 적어도 양적으로는 승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80년대 초의 졸업정원제와 YS정권의 대학정원 자율화 정책 등으로 대학 진학자의 숫자가 2000년까지 급격하게 증가했다. 

출처: 대학교육연구소(링크)

1980년에서 2000년까지 20년동안 4년제 대학의 재학생 수는 무려 4배로 증가했다. 이처럼 급격한 공급증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졸자 프리미엄의 하락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완화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이 시기에 SBTC로 인한 고학력 수요가 급증하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우리가 종종 비판하는 대학의 무분별한 확산은 적어도 거시적으로는 SBTC에 대처하는 적절한 공급정책이었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출처: 링크)

물론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다. 1970년대의 미국처럼 낭비적 과잉 대학교육이 문제가 된 것이다. 아래 그림은 이주호, 정혁, 홍성창(2014, 링크)에서 따온 것이다. 이에 따르면 4년제 대졸자 중 하위 20%, 전문대졸자 중 하위 50%는 고졸자의 평균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 비율은 198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역으로 이러한 결과들은 단순히 고등교육의 공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SBTC에 의한 불평등 확대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당연한 얘기지만 SBTC가 요구하는 것은 더 높은 수준의 지식과 활용능력이지 대학 졸업장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의 SBTC의 영향은 엄청나게 부풀려진 대졸자들의 임금을 평균하는 과정에 잘 드러나지 않은 면도 있다. 


SBTC와 일자리의 양극화

SBTC의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업구성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다. 아래 그림도 Acemoglu and Autor (2012, 링크)로부터 얻은 것이다. 직업군을 318개로 나누어 1980년의 평균임금 수준에 따라 숙련 수준을 구분한 뒤에 고용비중의 변화추이를 조사한 것이다. 1979년부터 10년 간은 고숙련 직업일수록 고용비중이 높아지는 예상된 변화가 나타난다. 그런데, 1990년 이후부터는 놀랍게도 중숙련 직업은 고용비중이 줄어들고 저숙련과 고숙련 직업은 비중이 늘어나는 U자형 변화가 나타났다. Goos and Manning (2007, 링크)의 표현 대로  lovely and lousy jobs로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다음 그림은 Acemoglu and Autor (2010, 링크)에 나온 것이다. EU 16개국 모두 중위소득 직업군의 고용비중 감소현상이 나타났으며, 국가에 따라서 상위소득 또는 하위소득 직업군이 이를 대체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들이 변화를 겪었을까? Acemoglu and Autor (2012, 링크)에 따르면 고용이 늘어난 고숙련 직업들은 경영자, 전문가, 기술직 등이고, 저숙련 직업들은 개인서비스, 음식 및 청소서비스, 보육 및 노인보호 서비스 등 주로 서비스 직업들이다. 반면, 판매직은 80년대에는 크게 고용이 증가했으나 이후에는 점차 줄어들어서 2000년대에 감소로 돌아섰다. 감소가 두드러진 직업군은 사무 및 행정보조직, 제조업 생산직, 장비운전자 및 노무자 등이다. 단순화시키자면 전문직과 저임금 서비스직은 고용이 늘어났지만 제조업과 노무직의 고용은 줄어들었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Autor, Levy, and Munrane (2003, 링크)은 이를 기술발전이 미치는 영향이 업무성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았다. 기계나 컴퓨터가 발전하면 일상적이고 표준화가 용이한 반복업무들 부터 대체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제조업의 일자리다. 반면, 더 저숙련 직종이라고 볼 수 있는 개인돌봄 서비스, 이미용사, 청소나 경비, 음식점 종사자 등은 기계나 컴퓨터로 대체하기가 오히려 어렵다. 따라서 이들 직종은 기술변화에 불구하고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기술변화는 특정 직업군의 성격도 변화시킨다. 다음 그림은 전에 한 번 나왔지만 다시 한 번 소개하자. Philippon and Reschef(2010, 링크)의 다음 그림은 미국에서 금융산업 종사자의 상대적 교육수준과 상대 임금 수준을 비교한 것이다. 1980년대 이후 SBTC의 영향이 본격화한 것과 맞물려서 금융산업 종사자에 대한 교육요구량과 임금수준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의외로 관련연구가 잘 눈에 띄지 않아서 찾는데 애를 먹었다. 내가 볼 때 가장 근접한 연구는 전병유(2007, 링크)다. 하지만, 좀 더 최근 것을 찾아보니 전교수님이 노동연구원을 통해 연구한 자료가 있었다 (링크).  아래 그림은 직업들을 50분위로 나눠서 1993년 이래의 일자리 성장률을 구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역시 고숙련과 저숙련 중심의 일자리 성장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그 추세는 2000년대 이후 둔화되었다.   


다음의 그림은 직종별/임금수준별 일자리 변화를 나타낸다. 그림이 좀 작은 게 유감이지만 첫 번째 그림이 1993년에서 2008년까지의 변화를 함축해서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고임금 관리전문직과 저임금 서비스직의 고용증가가 나타난 반면, 생산직의 감소는 중저임금 직업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만 사무판매직의 경우 아직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2000년대 이후 저임금군에 속하는 관리전문직도 증가하고 있는 것인데 전교수님에 따르면 이 직군들은 보건의료 준전문가, 사회서비스 및 종교 준전문가 등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에 있어서도 제조업 생산직의 감소와 더불어 고임금 관리/전문직과 저임금 서비스직을 중심으로 고용이 창출되는 일자리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내용 한 가지만 더 추가하고 마무리를 짓도록 하자. 아래 그림은 Hanushek, et al. (2013, 링크)의 연구를 Autor (2014, 링크)가 인용한 것이다. OECD가 발표한 '국제성인능력조사(PIAAC)' 결과와 임금의 상관성을 연구한 결과다. 참고로 PIAAC는 한국의 성인들이 젊은 세대에 비해 역량과 의욕이 모두 떨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해서 주목을 받았던 바로 그 조사다. 득표율 기사를 바탕으로 당선자를 추론한다거나 인터넷으로 식당을 예약하는 등 실생활에서의 문해력, 수학, 컴퓨터 능력 등을 테스트하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링크). 

전체적인 평균 능력이 낮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 사회적 인지능력에 대한 보상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아무래도 임금격차가 적은 북구유럽 국가가 보상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능력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한 편으로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그만큼 우리나라에 SBTC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결론

간단하게 커버한다고 해 놓고서 내용이 길었다. 요약해 보자. SBTC는 임금노동자들 간의 불평등 변화를 설명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한국은 표면적으로는 고등교육 공급의 증가를 통해 학력격차 프리미엄이 커지지 않도록 비교적 잘 통제해 왔다. 하지만, 이는 양적인 접근일 뿐이어서 SBTC로 인한 일자리의 양극화 현상이나 성격변화까지 대응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낮은 수준의 대학교육 확대가 낭비적 과잉교육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SBTC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이라면 급선무는 대학 진학자를 늘리는 것이다. 너도나도 대학 가겠다고 기를 쓰는 한국사람들을 오바마가 부러워 할 만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직업의 구조적, 질적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일상적이고 표준화된 직업들이 사라져 가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급능력을 필요로 하는 직종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고, 이는 교육의 강화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반면, '저임금' 서비스업으로 고용이 몰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쉽지는 않지만 방법은 서비스업을 더 이상 저임금이 아닌 방향으로 발전, 유도시키는 것밖에 없다. 민사고와 하바드 까지는 나오지는 않더라도 보통의 학생들이 미용사가 되겠다고 해도 부모가 충격받는 일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꿈꾸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느리더라도 그게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다음 글에서는 로봇이 가져올 미래충격에 대한 내 의견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다. 이미 이번 글에서 어떤 내용이 될 지 어느 정도 예상은 되실 것이다. 하지만, 너무 길어져서 분리해서 쓴다. 

< 오늘의 요약 >

(1) 숙련편향적 기술진보(Skill Biased Technological Change)' 또는  SBTC 현상은 지난 20여년 간 경제학계에서 임금소득의 불평등을 설명하는 가장 주된 요인으로 받아 들여졌다. 이는 기술의 발전이 고숙련(skilled) 노동자의 수요를 늘리는데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해서 고숙련자에 대한 임금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현상을 나타낸다.

(2)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는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극격차가 줄었지만, 1980년 이후 30년 동안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으며,  이는 대졸자 수요증가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서 벌어진 현상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1980~2000년 동안 대학정원이 4배나 늘어서 임금 프리미엄 확대를 억제했으며, 오히려 낭비적 과잉교육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3) SBTC는 학력별 임금격차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고임금 고숙련 직종과 저임금 저숙련 직종의 고용은 확대되고 중간수준의 고용은 줄어드는 '일자리의 양극화(job polariz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발전이 일상적이고 표준화가 가능한 업무, 주로 제조업과 단순 사무직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반면, 기계화, IT화가 쉽지 않은 저임금 서비스직의 경우는 오히려 고용이 늘었다. 

(4) SBTC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계화, IT화의 영향을 덜 받는 서비스업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덧글

  • 캠캠 2016/08/16 16:53 # 삭제 답글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캠캠 2016/08/16 16:57 # 삭제

    제 블로그에 출처 기재하고 링크 첨부하여 퍼갔는데 괜찮은지 여쭙니다
  • 갭필러 2016/08/22 11:40 #

    네 출처 기재하셨으니 괜찮습니다.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극빈층공돌이 2017/01/06 12:30 # 삭제 답글

    대졸남성과 고졸남성 간의 연봉격차는 1979년 $17,411에서 2012년에는 $34,969로 거의 두 배가 되었다.
    ->
    차이보다는 비율이 더 나은 지표일 겁니다. 고졸/대졸, 대졸/고졸 등이요. 더더욱 나은 방법은 log(대졸/고졸) 이겠고요.
    그런데 그래프를 보니 벌써 로그인데, 문장에는 차이를 적어 뒀네요.

    남성의 경우 (그림 A) 대학원졸 이상의 임금은 빠르게 상승한 반면
    4년제 대졸자 중 하위 20%, 전문대졸자 중 하위 50%는 고졸자의 평균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 비율은 198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
    한국에선 박사도 오히려 임금이 줄어듭니다. 물론 전체 평균을 보면, 박사 > 석사 > 학사 입니다. 하지만, 같은 대학 출신끼리 같은 나이에서 비교하면, 석사 > 학사 > 박사 정도입니다. 못 믿으시겠으면, 링크에서 박사 모집 공고 연봉을 보세요. 1년 계약직에 연봉 2000~3000이 많습니다. 중위권 대학 학사도 이보다는 좋은 조건에 취직합니다. 박사들은 대부분 꽤 좋은 대학에서 좋은 학점으로 학사를 받을 걸 생각하면, 비슷한 조건의 학석사 친구들은 초봉으로 5000+ 받고 박사 졸업할 나이면 1억 가까이 받습니다.
    http://www.hibrain.net/hibrainWebApp/servlet/RecruitManager?RecruitCmd=RecruitSearch

    미국이라면 급선무는 대학 진학자를 늘리는 것이다
    ->
    입학보다는 졸업이 문제일까요? 미국에서 대졸 공급이 쉽게 늘지 못하는 게, 빡센 학사 관리도 까닭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기계나 토목 등에서 필수인 동역학은 세계적으로 학생들 잡기로 유명합니다. 미국 교수에게서, 여러 번 듣고도 통과 못 해서 결국 과를 옮기는 경우가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 극빈층공돌이 2017/01/06 12:45 # 삭제

    한국의 경우는 옛날에는 상위 20%만 대학에 갔는데, 요즘은 갈 생각 있는 사람은 다 갑니다. 상위 20%의 임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 극빈층공돌이 2017/01/06 13:07 # 삭제 답글

    한국의 경우는 옛날에는 상위 20%만 대학에 갔는데, 요즘은 갈 생각 있는 사람은 다 갑니다. 상위 20%의 임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여기 답이 있네요. 상위 10% 말고는 대학 졸업에 따른 이익이 전혀 없답니다.
    http://m.blog.naver.com/hong8706/220307085843
  • 갭필러 2017/01/14 20:07 #

    안녕하세요 관리를 거의 하지 않는 블로그인데 방문하셔서 코멘트까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몇 가지 답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비율이 아니라 격차의 절대액을 적은 것은 인용한 원전을 그대로 따른 것입니다. 아마도 일반독자를 의식해서 그렇게 쓴 것 같은데 base도 같이 제시했기 때문에 그게 더 잘 들어온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2) SBTC에 대한 데이터 분석은 아쉽게도 박사학위자에 대한 것은 따로 없습니다. 그리고, 같은 학석박사라 하더라도 학교와 전공에 따라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텐데 그런 연구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은 현상(국내 박사학위자의 임금이 오히려 더 낮은 현상)은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논하고 있는 수준은 넘어서네요. 이 글의 요점은 고졸-대졸자의 경우 국내에서도 "평균적으로" SBTC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공급의 엄청난 확대가 함께 일어남으로써 그 효과가 거의 드러나지 않거나 오히려 공급과잉이 나타났다는 정도입니다. 말씀하신 내용들과도 전혀 배치된다고 보이지는 않네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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