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평등에 관하여 15: 시리즈를 마치며 > 불평등

이제 1년 여에 걸쳐 연재한 이 시리즈를 마칠 시점이 왔다.

맨 처음 불평등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고 글도 쓰기 시작하게 된 동기는 두 가지였다. 첫째로는 내가 젊은시절에 누릴 수 있었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고, 둘째로는 나 자신이 경제학자로서 불평등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었다. 

학생들과 대화를 하다 졸업 이후의 이야기가 나오면 그들의 눈과 귀가 갑자기 진지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럴 때 나는 보통 희망섞인 이야기를 해 주기 마련이다. 열심히 하다보면 잘 될거야. 너희 선배들도 처음엔 힘들어 했지만 결국은 잘 됐어. 

낙관주의자여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여전히 내가 하는 말을 믿고 있다. 하지만, 근래에는 마음 한 켠에 불안감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앞에 놓인 세상은 내가 생각하고 경험했던 것과는 다르지 않을까? 흙수저로 태어나면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운 세상, 노력해 봐야 별 수 없으니 쓸 데 없는 데 힘쓰지 않는 게 최선인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리즈를 마칠 시점이 왔지만 나는 여전히 이 의문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다. 그래도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세계가 나아가는 방향을 설명하는 하나의 거대이론(grand theory)으로 인정할 것은 최소한 아직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사회의 불평등의 수준은 수 많은 현상과 그 사회 고유의 문제들이 결합된 결과로서 나타난다. 한 가지 또는 몇 가지의 뛰어난 정책수단으로는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심지어 불평등 문제를 직접 풀어 내고자 하는 정책들은 많은 경우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사실 이런 깨달음은 경제학자이자 사회과학자로서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예상도 가능했던 것들이다. 나로서는 다만 이를 재확인할 기회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한 가지 더 말할 수 있는 것은 미래는 여전히 우리가 풀어 나가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한 방에 해결하기는 어럽지만 우리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상황은 좋아질 수 있다. 이 말은 꼭 낙관적인 희망의 메시지로 던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몰락한 사회들에 대한 사례가 역사에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불평등에 관하여' 시리즈를 읽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혼자서 공부해도 되는 내용을 굳이 공유한 것은 스스로에게 숙제로 만들려는 의도도 컸지만, 경제학자들의 접근법이 궁금한 분들에게 우리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경제학자들은 흔히 지나치게 냉정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비난 받는다. 굳이 부인할 생각은 없다. 뛰어난 경제학자일수록 열정을 표출할 순간을 가장 뒤로 밀어놓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노와 열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 이들에게 경제학적인 사고는 꽤 도움이 된다. 이 시리즈의 글이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덧글

  • jomjs 2016/03/27 18:01 # 답글

    다 올리신 지금에서야 페북을 타고 처음 들어와보네요;
    마침 이글루스 유저-글쓰기보단 글감상 위주긴 하지만-라 다음에 포스팅 하실때 제가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몇자 적자면...

    이글루스에는 주제별 밸리 보내기 기능이 있는데, 유저간의 활성화가 비교적 잘 이루어져 있습니다.
    네이버 뉴스스탠드식으로 내 작성글을 밸리에 보내면,
    일종의 주제별 속보기사(?)로서 이글루스 블로그유저나/'비로그인'(이글루스 메인사이트를 방문한 제3자) 네티즌들에게 노출됩니다.
    여기에 글꼴이나 문단조정으로 가독성을 조금만 손보면 활성화가 더 잘 일어나는 편입니다.
    확실히 페북은 이점에서 편한게 디폴트로 이런것들이 미리 맞춰져 있어서...^^;

    (이전글들을 밸리로 보낼시에 새로 밸리의 최신글/톱으로 뜨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초면에 갭필러님께 실례를 무릅쓰고 장황하게 주절거려봤습니다.
    좀 더 활발한 / 다양한 반응을 얻을수 있는 좋은 기능이니 다음에 생각을 나누고픈 글이 있으시다면 활용해 보시기를...
  • jomjs 2016/03/27 17:20 #

    덧붙여 링크(구독) 신고합니다.
  • 갭필러 2016/03/28 15:47 #

    안녕하세요, 제가 넷맹이다보니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는데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실 넷맹 입장에서는 이글루스가 의외로 불편한 면이 많더라고요.

    블로그를 계속 운영하려면 좀 더 공부를 하든지, 아니면 글쓰기가 더 쉬운 곳으로 이사가든지 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
  • jomjs 2016/03/28 22:13 #

    1. 얼마전에 페북에서 긴글 사용자들을 고려해 노트기능을 손봤던데
    앞으로 꾸준히 업데이트된다-라고 본다면 익명성을 신경쓰시지 않으실 경우에
    긴글도 아마 페북쪽으로 마음이 점점 옮겨가시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2. 블로그는 익명성에 내멋대로 꾸밀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한데
    그런 가내수공업(?)이 확실히 진입벽으로 느껴질때가 많고(=귀차니즘 발동)
    특히 이글루스는 네이버나 티스토리 워드프레스에서 글쓸때보다 더 불편하면 불편했지 친절한 편은 아닌것 같습니다.
    꾸준히 이곳에 글 올리시는 분들이 사진이나 좀만 뭐 신경써서 꾸미고 올리려고 하면
    탈이 난다고 하소연하는 글들을 잊을만하면 보는지라...
    단순히 글쓰기가 편한 블로그 서비스를 찾으신다면 저는 그냥 네이버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2-1. 그래서 그런지 거꾸로 장점이라면 장점이 '되어버린' 부분이,
    최소한의 가독성만 신경 써준다면 넘어가준다 그럼 같이 얘기하자-여서
    당장 갭필러님 글과 관련된 테마인 뉴스비평 밸리나 인문사회 밸리 인기글들을
    몇개 슥 훑어봐도 블로그 꾸민 모양새는 대동소이 한 편입니다ㅋㅋ

    3. 유일한 강점이라면 앞서말한 밸리기능을 기준으로 유저들간의 소통이 다른 블로그 사이트보다 활발하다는 점.
    이것 때문에 못떠나고 있는것 뿐이지요. 밸리에 꾸준히 던지면 허공에다 대고 중얼대는 기분은 안드는...

    4. 네이버 뉴스기사가 뭐 크게 꾸민것 없어도 읽는데 불편함 없다면
    내 관심을 끌거나 읽는 재미가 있는 기사였을때 저절로 댓글쓸 마음이 생기듯이
    블로그도 비슷하게 운영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도구'인데, 부디 맞는 도구를 찾으셨으면 좋겠네요^^
  • 피그말리온 2016/03/27 19:20 # 답글

    링크만 걸고 다 끝나면 보려고 했는데 완결 되었군요. 잘 읽겠습니다. 많은 공부가 될 거 같습니다.
  • 갭필러 2016/03/28 15:47 #

    감사합니다. ^^
  • 버스정류장 2016/03/29 09:26 # 답글

    어부님의 추천글을 보고 처음부터 일독하려 왔습니다. 아직 다 읽기 전이라 구체적인 감상은 말씀 못 드리겠지만, 처음 시작 부분부터 눈에 잘 읽히는 것을 보니 밤새 완독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갭필러 2016/03/29 19:47 #

    감사합니다. ^^
  • 일화 2016/03/31 10:06 # 답글

    어부님 추천글을 보고 와서 짬짬이 읽다 보니 오늘에야 다 읽었네요. 긴 호흡의 글을 마무리하신 것 축하드리고 덕분에 생각할 거리가 늘어서 좋았습니다. 감사드려요.
  • 갭필러 2016/03/31 22:29 #

    감사합니다. ^^
  • 다시다 2016/04/05 01:24 # 삭제 답글

    올려주신 글을 따라오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갭필러 2016/04/05 22:06 #

    그동안 열심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따뜻한 돌고래 2016/04/25 13:32 # 답글

    교수님, 이 좋은 글들 책으로 엮으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 갭필러 2016/04/26 13:45 #

    네 안 그래도 그런 말씀들을 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연구중입니다. ^^ 감사합니다.
  • 가마우지 2016/06/01 00:14 # 삭제 답글

    수업시간 때랑은 다른 교수님의 모습을 보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글도 매우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직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다시 읽어야 될 부분도 있지만요. 다음에 정말 정말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학부생들을 위한 책 추천이나, 공부 하는 법 같은 짧은 글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 갭필러 2016/06/19 14:24 #

    우리 학교 학생인가요? 요즘 sns와 좀 멀어져 있어서 답이 늦었네요. ^^ 책 추천은 나도 잘 안 읽어서 그렇고...공부하는 법에 대해서는 언제 한 번 써보도록 할게요^^
  • Glaukopis 2016/06/20 17:22 # 답글

    경제 현상 중에서도 불평등에 대하여 평상시에 관심이 많던 터라 그동안 올리신 글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고 또 제가 스스로 더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다음 시리즈도 기대해보겠습니다^^
  • 갭필러 2016/07/04 11:58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습히너 2016/07/01 02:12 # 삭제 답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다양한 방면으로 고찰하고 또 그것들을 쉽게 설명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갭필러 2016/07/04 11:58 #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 공부돌이 2016/10/22 22:03 # 삭제 답글

    사회과학도로서 좋은 글 감명깊게 읽고 갑니다. 교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한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쭐 수 있을까요? 교수님께서 쓰신 책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질문 올립니다.
  • 갭필러 2016/12/01 09:53 #

    안녕하세요 거의 버려진(?) 수준으로 블로그를 방치하다보니 이제서야 댓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를 개인적으로 접하고 싶으시면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won.namhoon)이 좋고요. 책은 아직 변변한 것이 없습니다만 이 블로그의 내용이 책으로 꾸며져 나올 예정입니다 (여러 문제로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내년 중에나 나올 것 같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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