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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평등에 관하여 8: 한국의 불평등과 그 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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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의 불평등 추이를 해석해 볼 시간이다. 사실 새로운 내용은 없다. 주로 2014년 11월 한국경제학회 주최 세미나에서의 홍익대 성명재 교수님 발표문에 주로 의존했다.  

시작에 앞서 시리즈 글 7번의 요점을  다시 기억해 보자.  

a) 지니계수만 가지고도 주요한 불평등 변화 추이는 추적된다. 단, 최상위 1%의 소득변화는 잡기 어렵다. 
b) 김낙년 교수팀이 추정한 최상위 소득집중 변화추이는 아직까지는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     

이걸 전제로 이하의 내용을 보시면 되겠다. 이 전제가 마음에 안 드시는 분들은 시리즈 7번 글을 먼저 읽어 보시고 따로 피드백 주시기 바란다. 

본론이다.  아래 그림은 지난 30년 간의 각종 소득종류별 지니계수 추정치의 추이다: 

자료: 성명재(2014, 죄송하게도 나도 pdf파일로만 갖고 있다, 대신 이 링크에 비슷한 내용이 있다) 

참고로 그림에 등장하는 각종 소득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 시장소득 = 시장에서 버는 원천소득(근로/사업/임대/이자/배당 소득 및 자본이득)
- 민간소득 = 시장소득 + 민간이전소득(민간, 예를 들어 가족끼리 주고 받는 돈)
- 총소득 = 민간소득 + 공적이전소득(공적연금, 사회보장 수혜)
- 가처분소득 = 총소득 - 직접세(소득세, 재산세, 사회보장 기여금)
- 세후소득 = 가처분 소득 - 간접세(소비세)
- 최종소득 = 세후소득 + 현물급여(저소득 층에 직접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 예를 들면 간병돌보미 같은 것)

시장소득 기준으로 보면 1982년에서 1996년까지는 소득분배 구조가 지속적으로 개선되었다 (여러모로 한국경제의 황금기다). 이후  IMF 외환위기 때 크게 출렁임을 겪는다. 1999년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악화되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친 후에 다시 완만한 개선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이후에 그래프들 간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세금과 복지 등을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 결과로  최종소득으로 평가한 지니계수 추이는 상당히 완만해진다. 복지확대가 상황이 더 악화되는 걸 막는 정도의 역할은 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 왜 지니계수가 하락추세로 변했는 지 원인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희망적으로 해석하고도 싶지만, 쉽게 그러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이 있다: 

a) 이미 지적했듯 지니계수는 최상위 1%의 소득변동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 이를 감안하면 불평등 추세가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 
b)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전체가 활력을 잃고 있는 현상 때문일 수 있다. 한 마디로 잘 나가던 사람들도 서서히 추락 중이라는 뜻이다. 
c) 위의 지니계수는 2인이상 도시가구가 대상이다. 성명재 교수님 말씀으로는 전국 1인가구까지 포함한 결과를 보면 최근 지니계수는 정체수준이거나 오히려 살짝 올랐다고 한다. 즉, 최근 불평등도가 완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저소득 1인가구가 늘어나고, 이들이 통계에서 빠지면서 생기는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튼 이런 것들만 봐도 불평등에 대한 통계치를 해석하는 게 얼마나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IMF 외환위기는 이해가 가는데, 시장소득의 불평등은 왜 2000년대 이후 증가해 왔을까? 혹시 피케티 식의 자본주의의의 근본원리 때문일까? 

성명재 교수님은 한국 나름의 중요한 원인이 있음을 지적한다. 바로 '고령화'다. 왜 고령화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지 살펴보자. 아래 그림은 몇 개 연도의 지니계수를 분해해서 연령(가로축) 별로 따로따로 구해본 것이다:

  자료: 성명재(2014, 앞의 자료)

보다시피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해당 연령대 내의 불평등 수준도 높아진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젊을 때는 다들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고액연봉의 사다리를 끝까지 올라갈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다. 나이를 먹어가며 하나씩 둘씩 떨어져 나간다. 은퇴 직전에 비교할 때 가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연도별 변화도 흥미롭다. 1995년과 2000년을 비교하면 IMF외환위기를 지나면서 29세~58세 현역들의 연령대 별 불평등도가 급격히 커졌음을 알 수 있다. 한편, 2009년에는 30대 이하 지니계수가 크게 높아졌다. 아마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청년실업 급증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더 최근의 자료가 궁금해진다. 

이처럼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연령 내 소득불평등이 커지기 때문에 고령화가 될수록 사회 전체의 불평등도도 상승한다. 성명재 교수님은 2009년 연구에서 이 효과가 얼마나 되는 지 계산해 보았다. 그 결과는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일단 1994년까지를 나타낸 첫 번째 그림을 보자:

자료: 성명재, 박기백(2009), 성명재(2014 앞의 자료)에서 재인용
 
위의 그림은 불평등도의 변화를 인구구조 변화효과와 소득변화 효과로 나눈 것이다 (변이자승계수(SCV)가 뭔지 궁금하실텐데 그냥 지니계수랑 비슷한 건데 효과를 분해하기가 더 쉬운 거다라는 정도로 알아 두시면 되겠다). 

이걸 보면 인구구조효과를 나타내는 파란선은 거의 변화가 없다. 반면, 소득변화효과를 나타낸 분홍색 선은 크게 하락하였다. 앞서 보았듯 이 기간엔 불평등도가 줄어들었다. 그 원인은 소득격차가 실제로 줄어들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자료: 성명재, 박기백(2009), 성명재(2014)에서 재인용

분홍색 선은 IMF외환위기 이후 크게 출렁거렸다가 2000년대 내내 상승된 추세로 안정화되었다. 반면, 파란색 선은 지속적으로 상승추세다. 

즉, 1990년대 이후의 불평등 악화요인은 두 가지로 분명히 구분된다. IMF외환위기로 인한 효과, 그리고 인구구조 고령화로 인한 효과다. 특히, 최근의 상승추세는 거의 고령화로 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고령화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이슈다. 그렇더라도 그 자체를 불평등의 문제로까지 인식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연금수급을 제외하면 고령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나치다고 보지만, 주제와 벗어나는 얘기니까 하지 말자). 최소한 두 개의 서로 다른 문제를 가지고 씨름할 필요는 없는 셈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불평등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IMF외환위기 이후 크게 높아진 수준이 그대로 고착되었기 때문이다.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까지는 성장과 함께 불평등도 줄어들었는데, 외환위기 이후에는 그런 추세도 없어졌다. 성장이 충분히 빠르지 않았기 때문인지 성장의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인 지는 분명하지 않다.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긴 하는데 나중에 별도로 살펴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IMF외환위기 이후의 불평등 구조가 정착되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 때 좋은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새로 들어 오는 사람이 있으면 또 그만큼 밀려나고 있다. 흔히 얘기하는 성 안과 성 밖 사람들의 비유가 생각나기도 한다. 

출처: 미생(윤태호 작 만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진단부터 해결방안에 이르기까지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는 문제다. 그렇더라도 어떤 정파이든 회피해서는 안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 고령화와 노인 문제에 대한 추가내용 >

마침 고령화로 인한 불평등 악화 문제가 나왔으니 우리나라의 노인 문제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아래 차트는 OECD 국가의 노인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선에 못미치는 비율)을 나타낸다. 한국은 45.1%로 압도적인 1위다.  한국 전체의 빈곤율 14.6%도 높은 편이지만(외환위기 직전 97년의 빈곤율은 9.3%였다), 그 중의 상당부분은 노령층의 빈곤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자료: Pensions at a Glance 2011, OECD, 오미애(2013, 링크)에 나온 표를 이용하여 그렸음. 

다음 차트는 가구구성 형태에 따라 노인 빈곤율을 나눠 본 것이다. 어느 쪽으로 봐도 1등이지만, 독신가구의 노인빈곤율은 무려 76.6%에 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특히 독거노인의 빈곤의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자료: 앞의 차트와 동일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노인들이 매우 불행한 나라가 되었다. 경제적 능력이 행복을 좌우하지는 않지만, 살아가기도 힘든 수준에서 행복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보통 4~50대를 전후로 행복지수는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의 모든 연구에서 그렇게 나온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역시 오늘의 주제는 아니니 넘어가자). 하지만, 한국은 거기서 예외다. 나이가 먹을수록 행복도는 점점 떨어진다. 

자료: 문화일보, 2008. 4. 2.(링크
주: 조금 예전 결과이고, 여론조사이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도 추세는 거의 그대로인 것으로 알고 있다. 

노인 자살률도 급증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의 자살률은 10만명 당 33명 정도로 OECD 국가 중에서 독보적 1위다. (평균 12.5명의 3배). 그런데 이 비율을 크게 높인 것은 사실 노인층, 그 중에서도 남성 노인층이다 (아래표 참조). 특히 2000년 이전과 비교하면 전 연령층의 자살률이 높아졌는데 특히 연령대가 높을수록 크게 증가하였다 (주제와는 무관하지만 여성 지위 향상에도 불구하고 2~30대 여성의 자살률의 증가폭이 특히 높았던 이유도 궁금하다)

자료: 서울신문, 2011. 5. 23 (링크)

노인 자살률의 상승이 상당부분 경제적 이유에 기인한다는 점은 2010년 기초노령연금 도입 후에 65세 이상 자살률이 급감한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자료: 조선일보 2014. 10. 3. (링크) 

나를 수구꼴통이라고 불러도 좋다. 하지만, 무상보육, 무상급식 그런거 다 없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노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피케티류의 논의가 의미 없단 말인가? 외환위기 이후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것도 결국 경제구조가 불평등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라 볼 수 있지 않나? 10년 후, 30년 후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려면 장기동학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맞다. 그래서 피케티의 논리도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다른 학자들이 제시했던 설명들도 검토해 봐야 한다. 앞으로는 그런 내용들을 더 다루어 볼 것이다. 

오늘의 결론:

(1) 90년대 이후 한국의 불평등이 크게 상승한 것은 IMF 외환위기의 후유증이 가장 크다. 

(2) 2000년대 이후에도 불평등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은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성 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3) 한국에서는 거대담론적 논의에 앞서 노인빈곤 등 한국 특유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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